(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60대가 30~40대처럼 젊게 보인다고요?
성장 호르몬은 ‘청춘의 샘’?…적절한 식습관·숙면 등으로 호르몬 분비 촉진을
“얼굴은 예전 그대로인 듯한데 어찌 이리도 젊어 보이는지?”
A(63·여)씨는 여고 동창회에서 40년 만에 만난 친구의 앳된 모습에 선뜻 아는 척을 하지 못했다. 여고 시절엔 그리 눈에 띄지 않던 친구였는데 30~40대처럼 젊어 보였기 때문이다. “난 이리 늙어 보이는데. 어떻게 관리하길래 저렇게 젊지?” A씨는 질투심마저 느꼈다.
나이가 들면 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40대부터 노화가 시작되지만 30대부터 올 수도 있다. 반면 50~60대여도 젊은이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체내 호르몬 때문이다. 성형이나 미용시술 등으로 젊게 보이게 할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거나 부자연스럽다.
호르몬 신호 체계가 망가지면 몸 곳곳에서 노화가 나타난다. 때문에 적절한 호르몬 관리가 근본적인 항노화(Anti-aging) 방법일 수 있다. 호르몬은 너무 적거나 많이 분비되어도 안 된다. 필요한 만큼만 분비되어야 한다.
항노화에 가장 필요한 호르몬은 뭐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 성장 호르몬이다. 1956년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추출된 성장 호르몬은 세포를 재생·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핍되면 복부 비만, 주름, 성기능 저하가 생긴다. 이렇듯 성장 호르몬은 몸에 계속 남아 있으면 좋을 텐데 20대부터 서서히 줄어든다. 60대가 되면 50%도 남지 않는다. 성장 호르몬 저하가 바로 노화인 셈이다.
이 때문에 부족한 성장 호르몬을 채우기 위해 적잖은 사람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 등등. 하지만 이런 노력은 ‘양날의 칼’일 수 있다.
호르몬 주사는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몸에 주입하는 것이어서 부담을 주게 마련이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노화를 부추긴다. 성장 호르몬을 많이 함유한 음식은 대부분 동물성 단백질이다. 성장 호르몬을 채우려다 지방과 고열량 음식을 먹게 돼 비만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성장호르몬을 늘리려 하기보다 평소 좋은 생활습관을 지켜 성장 호르몬이 적절히 나오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 균형 잡힌 식생활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숙면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성장 호르몬 분비 촉진에 큰 도움이 된다.
항노화에 좋은 또 다른 호르몬은 성호르몬이다. 나이 들수록 성별(性別)이 바뀌는 것처럼 성격이 달라지는 사람이 많다. 나이 들면서 몸속 성호르몬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분비가 줄고,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늘어난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골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이 되기 쉽고, 혈관 건강도 나빠져 고혈압·뇌졸중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남성 역시 남성호르몬이 30대 이후 매년 1%씩 줄면서 자연히 여성호르몬 비중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감성이 풍부해지고 모성애도 생겨 점차 가족이나 주변사람 등에 관심이 많아진다. 남성 호르몬이 줄면서 근육량도 감소해 예전과 동일한 열량을 섭취해도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된다. 이는 복부·허벅지 등에 지방이 쌓이면서 비만으로 이어진다. 성욕감퇴, 발기장애 등 성생활도 어려워진다. 늙는 것이다.
이처럼 호르몬은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 그런데 호르몬과 노화의 중간고리가 그 유명한 줄기세포(stem cell)다. 호르몬은 몸에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특히 줄기세포를 변화시켜 몸을 재생하게 만든다. 몸을 다시 젊게 하는 ‘마법사’인 셈이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2017년 4월)’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선(乳腺) 줄기세포는 특수한 미세환경(a specialized microenvironment, the niche)에 있는 호르몬에 반응하여 재생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줄기세포가 재생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노화가 촉진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호르몬 분비를 늘린다면 젊음을 되찾거나 연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성장 호르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뱃살 등 몸속 지방을 줄여야 한다. 뱃살이 3배 많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장 호르몬이 50% 이상 줄어 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도 성장 호르몬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12~16시간 간헐적으로 하는 단식은 성장 호르몬을 늘리지만, 이보다 시간을 짧게 하는 단식이 이에 도움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설탕 섭취를 줄여야 한다. 설탕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는데, 이는 성장 호르몬의 양을 떨어뜨린다. 특히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먹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쉬지 않고 15~30분 정도 강도가 강한 운동을 해도 성장 호르몬이 늘어난다. 7~10시간 동안 충분히 숙면을 취하는 것도 성장 호르몬 촉진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골고루 음식을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성장 호르몬 분비에 아주 중요하다. 호르몬 주사 같은 인위적인 방법보다 건실한 식습관을 갖는 것이 청춘을 되찾는 관건이다.
출처: 한국일보(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394022)